논란의 논두렁 시계 보도... 이인규 찾기 막전막후

논란의 논두렁 시계 보도... 이인규 찾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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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각종 의혹 보도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10년 전 '논두렁 시계' 보도를 소환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보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서거했다.

당시 대검찰청에서 수사를 담당한 사람은 중수부장 이인규씨였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해 줄곧 국정원이 개입한 것이라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2년 전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는 SBS의 논두렁시계 보도와 국정원의 연관성이 없음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2017년 국정원 개혁위 등이 '논두렁 시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즈음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잠적 의혹을 받았다. 

이후 미국 교민들이 이 전 중수부장을 찾겠다며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중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을 뿐 그 외의 행적은 묘연했다.

그런데 최근 이 전 중수부장의 모습을 방송에서 볼 수 있었다. 바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서다. 지난 2일 방송된 <스트레이트> '논두렁 소설 누가 기획했나?'편은 이 전 중수부장을 찾는 추적 과정과 인터뷰를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방송 다음 날인 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논두렁 소설 누가 기획했나?'편을 취재한 배주환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예고편 나가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전화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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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방송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논두렁 소설 누가 기획했나?'편 취재 했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건 몇 달 전부터 기획했던 거예요. 지난 6월에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 아들인 정한근씨가 21년간 해외 도피를 하다가 송환됐어요. 그 뉴스를 보다 저희 내부 회의 자리에서 범죄 혐의를 받거나 혹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해외로 가서 조사나 수사가 막혀버린 경우가 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희가 직접 해외로 나가, 그 분들을 만나면 뭔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도달했고 대상자를 추렸죠. 그 중 한 명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었어요.

물론 이 전 중수부장은 범죄 혐의자가 아니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논두렁 시계 조사가 시작되니 미국으로 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뭔가 스토리가 나오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거예요. 다행히 방송은 잘 마쳤는데, 미국 출장 가서 취재한 건 이게 전부는 아니에요. 다음 편을 또 방송할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아직 후련하진 않고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분들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힌 상황이죠."

- 방송 나간 뒤 이 전 중수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았나요.
"일단 저희 예고편 나가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건 반영되었고요. 방송 나가기 직전에 이 전 중수부장 부인에게 전화가 오긴 왔어요. '방송 내용 똑바로 지켜볼 것이고 문제 있는 부분은 반드시 문제 삼을 것이다'라고 알려주셨고요. 그런데 방송이 나간 이후엔 아직 (연락이) 없으시네요."

- 시청자 반응은 어땠나요?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논두렁 시계' 보도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던데.
"방송이 나간 시점이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던 때라 방송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사실 조국 후보자 일은 지금 발생하는 일이고 논두렁 시계 보도 같은 경우 이미 10년 전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조 후보자에게 관심이 쏠렸겠죠."

- 이인규 전 중수부장 만나러 미국까지 가신 거잖아요. 무슨 단서가 있어서 가신 건가요?
"작년 6월에 소재 파악이 한 번 되었었어요. 그 당시 워싱턴DC 계시는 교민들이 우연히 애넌데일 지역에 있는 중식당에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발견했고 당시 이씨가 타고 왔던 차량 번호판까지 찍으셨어요. (교민들이) 그걸 기초로 조사를 하셨더라고요. (교민들이) 주소도 확인해 그 앞에서 1인시위까지 했거든요. 저희가 미국 가기 전에 그 분들에게 아직 (작년 주소지에) 이 전 중수부장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 부분은 확실치 않다. 그리고 1인시위 때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 얼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진 않은 거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가서 찾아보자란 생각으로 갔던 거죠."

- 데스크나 부장급에서 너무 막연하다고 반대하진 않았어요?
"사실 저희가 비싼 제작비 들여서 미국까지 가는 데 성과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걱정됐죠. 그러나 저희 국장님이나 부장님이나 '그런 건 걱정 말고 일단 찾아봐라'라고 하셨고 다행히 시간도 넉넉히 주셨어요. 반대하진 않으셨어요."

- 부담 없으셨어요?
"부장님이나 국장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셔도 직접 일하는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은 당연히 있죠. 그러나 제가 가서 할 수 있는 최선 다 했는데도 못 만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저희가 최선을 다해 이인규 전 중수부장 행방을 쫓았다는 거라도 방송에 보여드릴 수 있으면 이후 추가적 제보가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꼭 잡지 못하더라도 이건 방송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이 전 중수부장 운동하는 모습 보고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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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에 이 전 중수부장의 새로운 주소지 부분이 간단히 나오던데 어떻게 알아내셨어요?
"그게 사실 운이 좋았는데요. 저희가 작년 6월까지 살았던 집을 찾아가서 살지 않는 걸 확인했어요. 이후 저희끼리 대책 회의를 하다가 교민 부동산 업자에게 부탁하기도 했지만 전혀 파악 안 되더라고요. 뭐라도 해야 하니 구글링했어요. 한국에선 그 사이트 접속 안 되는 데 미국은 사람 찾는 사이트가 꽤 발달되어 있더라고요. 세금 납부기록이나 범죄기록 등 공적으로 공개된 기록을 수집해서 이 사람에 대한 정보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더라고요. 주소지, 전화번호, 이전에 살았던 주소지 같은 게 떠요. 확신은 없었지만, (이 전 중수부장이) 1990년대도 버지니아주에 살았던 적 있어서 이사 가도 멀리는 안 갔을 거라 생각했어요.

버지니아주로 좁혀 이인규 전 중수부장 이름을 'in kyu lee'로 검색했지만 안 나오더라고요. 'ain gyu lee'로 검색하니 한 사람이 뜨더라고요. 현주소 나오고 아래에 과거 주소가 나왔는데, 그게 작년 6월 살았던 주소지와 일치하는 거죠. 그게 저희가 찾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맞겠다는 확신이 생겨서 현주소 나온 곳으로 직접 찾아간 거죠."

- 아파트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이 전 중수부장을 봤을 때 어땠나요?
"사실 작년에 중식당 몰고 온 차가 아파트에 차가 주차되어있는 걸 봤어요. 그거 보고 여기 사신다는 걸 90% 확신하게 되었죠. 기다리다 보면 나오겠단 생각에 6시간 기다렸는데 안 나오는 거예요. 그날은 안 되겠다 싶었고 카메라 기자 선배만 1층 로비를 촬영하는 걸로 하고 혼자 들어갔어요. 오래 걸리더라고요. 전화를 해볼까 하는데 15분 뒤 즈음 오시더라고요. 왜 이리 오래 걸리셨냐고 했더니 선배가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거기 이 전 중수부장 운동하는 모습이 찍혀있었던 거죠. 그거 보고 짜릿했어요. '이제 찾았고 한국에도 이 전 중수부장 만날 수 있겠다고 보고할 수 있겠구나, 비싼 제작비 들여서 출장 온 게 헛되진 않았구나'라고 생각했죠."

- 이 전 중수부장은 자기가 도피 온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럼 왜 종적을 감추고 살았을까요?
"저도 완벽히 알 수 없는데 이 전 중수부장 입장은, 로펌 자연스럽게 그만두고 미국에 온 거라는 거고 자신이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도 그대로 로밍해서 쓰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니 자신에게 연락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요. 국정원 개혁위 조사가 진행되던 와중 미국으로 가서 도피란 시각이 많았지만 본인은 전화 조사 통해서 할 얘기는 했다는 거죠.

미국 와서도 특별히 숨어지낸 게 아니라 만날 사람 만나고 연락할 사람 연락하고 명절 특히 올 설에도 설을 쇠러 2주간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이 전 중수부장은 숨어다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러나 조사하던 와중에 미국으로 갔고 더 이상 한국 와서 조사나 수사를 받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 그래도 그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기자가 가니 '도망 온 것 아니'라고 하는 게 잘 이해가 되진 않아요.
"어쨌든 국가기관에서는 이 전 중수부장을 제대로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이 전 중수부장이 작년 주소지가 드러났을 때 한국 기자들에게 논두렁 시계 보도는 국정원 기획을 의심하는 취지의 입장문을 보냈어요. 그러나 이메일만 보내고 더 이상 뭐가 없었죠. 이 전 중수부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A4용지 4장짜리 입장문만 냈으니, 사람들은 이 분이 뒤로 숨는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저희가 직접 만났을 때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어떤 요구를 하셨냐면 자신의 발언을 인용하는 건 좋지만 자기 모습과 음성을 방송에 내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그 분은 이 사건과 관계된 다른 사람도 있으니 자기가 직접 방송에 나와 얘기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 미칠지 모른다는 식의 이유를 대셨어요. 그러나 이건 10년째 지속되는 의혹이잖아요. 한번 당당히 인터뷰 응하시고 입장 밝히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들여다볼 사람은 이 전 중수부장만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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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 중수부장의 주장은 뭔가요?
"일단 '시계 받은 건 사실이고 시계 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논두렁이란 표현은 검찰 조사에서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이 전 중수부장의 얘기예요. 그러면서 (이 전 중수부장이) 저희에게 한 얘기는 박 회장과 노 대통령 진술이 엇갈린다는 거예요. 박연차 회장은 자신이 회갑 선물로 명품 시계를 건넸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청와대 관저에서 감사 인사를 했다는 거예요. 그러나 노 전 대통령께서는 그 언론 보도를 부인하셨고, (노 전 대통령은) KBS 언론 보도 통해 아셨고 권양숙 여사에게 물으니 밖에 내다 버렸다는 진술했다는 거죠.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리는데 당시 수사팀은 박 회장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 박 회장 진술을 더 신뢰할 이유가 뭔지 물어봤는데 거기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눈 여겨볼 것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께서 2017년 즈음 <썰전>에 나와 본인이 직접 대통령에게 들은 시계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뭐냐면 검찰 수사가 들어오니 (노 대통령이) 압수수색에 대비해서 재산 목록 정리하다 시계가 있는 사실을 알았대요. 그리고 너무 화가 나 망치로 깨버렸다고 했거든요. 유시민 이사장도 시계 받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논두렁이라는 표현은 날조됐을 가능성이 큰 거죠. 시계를 받았다는 건 다 일치하는 건데 논두렁에 버렸다는 건 검찰 조사에도 없었다는 거죠. SBS 보도 자체는 소설에 가깝다는 거죠."

- SBS는 검찰발 기사라는 거고 이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이 흘렸다는 거잖아요. SBS 접촉 안 하셨어요?
"저도 아쉬운 게 그건데 이 전 중수부장 만나고 8월 27일 저녁에 귀국했어요. 다른 사이드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그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박연차 회장과 통화만 했어요. SBS 같은 경우 2017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고 10페이지 넘는 보고서도 냈어요. 이미 SBS는 입장이 정리됐다고 봐야 해요. 당시 취재내용 보고가 어떻게 올라갔냐면 대검 중수부 관계자 면담으로 되어 있어요. 논두렁이란 표현은 대검 중수부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거죠.

그리고 당시 SBS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이 보도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흔적이 전혀 발견 안 됐다고 하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이 전 중수부장이 알아봤더니 검사가 아니라 일반 직원이래요. 왜 검사에게 확인도 안 하고 썼는지 자기도 알 수 없다는 거죠. 진실이 상당히 감춰진 상황이죠."

- 더 취재해야 할 부분 있나요?
"많죠. 이 전 중수부장 입장 충분히 들었고 이 전 중수부장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이게 국정원-검찰-언론사가 다 엮인 사건이잖아요. 검찰 책임자였던 사람에게 얘기 들은 것에 불과하고, 당시 검찰 찾아가서 노 대통령 망신 주자고 얘기한 국정원 직원도 있을 것이고, 검찰에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 외에 논두렁이란 표현을 얘기했다는 검찰 수사관분이라든지 여러 당사자가 있을 텐데, 이분에 대한 취재가 이뤄진 적은 아직까지 없어요. 이분들 통해 이야기 듣다 보면 좀 더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란 생각이에요.

사실 이 전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 상징적인 존재였고 당시 검찰은 매일같이 브리핑하면서 수사 기밀을 언론에 흘렸어요. (이 전 중수부장은) 그 책임을 진 사람이기 때문에 포커스가 맞춰진 측면이 있는데, 사실 저희가 들여다볼 사람은 이 전 중수부장만이 아니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사실 10년 지난 일인데 말만 많고 한 번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10년 정도 지나면 밝혀질 만 하잖아요. 진상 조사하겠다는 시도들도 있었지만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아요. 진실을 좇는 게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취재였죠. 저희는 어렵게 이인규 전 중수부장 만나서 꽤 긴 시간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전 중수부장뿐만 아니라 앞으로 만날 사람이 많고 아직 저희 프로그램에서 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했고요."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뭐죠?
"워낙 말이 많았던 사안이지만, 10년 지난 터라 많은 분들이 잊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논두렁 시계 보도 자체에 대한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든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저희는 추적할 것이라 시청자들께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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