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일곱, 직장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독일로 떠난 부부

서른 일곱, 직장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독일로 떠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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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3개월+구직비자 6개월 체류 가능
취업 후 일반취업비자 또는 블루카드 
세금 높지만 월세 제외 물가 저렴

IT 엔지니어인 오수호(37)씨는 7개월 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일한다. 현재 직장은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리무진 등 고급 차량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블랙래인'. 연봉은 대략 5만~7만유로(6110만~8650만원)를 받는다. 독일에서 얻은 두 번째 직장이다.

그는 2016년 10월 아내와 무작정 독일로 갔다. 두 사람 모두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에서 IT콘텐츠 기획자였던 아내는 잦은 야근에 지쳐 있었다. 오씨도 경력 10년이 넘어가면서 개발 실무보다 관리자 역할에 더 시간을 써야 하는 게 싫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몇년이나 일할 수 있을까, 늦기 전에 다른 나라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라고 의견을 모았다.

쉬운 건 '해외로 가자'라는 결정 뿐이었다. 이민 갈 나라를 정하는 것부터 정착 준비, 취업까지 생각지 못한 난관이 많았다. "그동안 해외에서 일할 생각을 몇 번 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 치이다보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습니다. 일단 먼저 떠나기로 했습니다."

2016년 3월 오수호씨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 취업을 택했다. 독일로 떠나기 전 미국을 방문해 해외에서 일하는 같은 업종 사람들을 만났다. /오수호씨 제공

1. 왜 독일로 갔을까? 
2016년 3월 부부는 각자 회사에 사표를 냈다. "어느 나라로 가요?" "비자는 해결했어요?" "돈은 얼마나 들어요?"…. 지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비슷했다. 오씨가 가진 스펙은 '고교 졸업생 수준의 영어 구사력,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크고 작은 IT 회사를 다닌 10년 경력' 세 가지였다. 결혼 1년차로, 전세금이 전 재산이었다.

처음에는 영어를 쓰는 미국, 캐나다, 호주를 알아봤다. 각각 해고가 쉬워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날씨가 춥거나 요구하는 영어 능력이 너무 높았다. 자료를 찾던 중 독일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오씨는 6가지 장점 때문에 독일을 선택했다.

① 전문 분야에 경력이 있으면 블루카드(*7번에 자세히 설명)를 받아 2~3년 후 영주권을 신청 할 수 있다. 
② 블루카드를 취득하면 본인과 배우자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③ 사내에서 영어를 사용하지만 영어 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가 많다. 
④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다. 독일은 1371시간, 한국은 2113시간이다. 
⑤ 무상 교육·의료 등 복지가 좋다. 
⑥ 월세를 제외하면 한국에 비해 생활물가가 저렴하다.

오씨는 "다른 나라에서 일하면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원하는 조건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독일로 가기 전 미국 여행을 먼저 했다. 실리콘밸리를 여행하면서 한국 엔지니어들을 만났다. 직접 가보니 일자리가 다양하고 내수가 발달한 미국도 매력적이었다. 이민갈 나라를 정하느라 안하던 부부싸움을 할 정도였다. 공책에 독일과 미국의 장단점을 써서 꼼꼼하게 비교했다. /오수호씨 제공

2. 직장 구하지 않고 떠나도 될까? 
오씨 부부는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입국할 때 비자는 필요없다. 한국과 독일 간 비자면제협정으로 한국인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지역에 3개월간 비자없이 머물 수 있다. '취업준비비자'를 신청하면 무비자 기간을 넘겨도 6개월 더 체류할 수 있다.

오씨는 "최대로 머물 수 있는 9개월 동안 취업 준비를 하다가 안되면 한국에 돌아가기로 아내와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장을 구하고 않고 오더라도 현지에서 구직활동을 할 수 있으니 너무 망설이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3. 회사 채용공고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독일은 한국과 달리 공채 방식으로 사람을 뽑지 않는다. 직무나 팀에서 필요한 인원이 생기면 경력자 중심으로 채용한다. 오씨는 해외 취업을 위한 필수 사이트로 링크트인·싱·엔젤리스트를 추천했다. 링크트인은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고, 싱은 유럽인들이 많이 쓴다. 엔젤리스트는 스타트업 구인·구직 공고를 주로 다룬다.

각 사이트에 경력과 거주지 등 정보를 올리면 헤드헌터나 인사담당자가 연락해온다. 자세히 적을 수록 많은 연락이 온다. 가고 싶은 회사 직원을 검색해 직접 지원 의사를 밝혀도 된다. 헤드헌터는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헤드헌터와 면담하면서 실제 면접에 대비하고 자신의 영어구사 수준도 확인할 수 있다. 헤드헌터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른 헤드헌터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거주지를 '베를린'으로 바꾸자마자 독일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프랑스, 스위스 등 여러 나라의 헤드헌터가 연락했습니다. 첫 취업까지 20~30명 정도와 연락했고, 이 중 25~30% 정도가 실제 면접으로 이어졌습니다."

오씨는 구직 초반 가장 스트레스가 많았다. 아내와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도 했다. "신경이 온통 취업준비에 쏠려 정착 준비를 맡은 아내를 배려하지 못하곤 했다"며 "적응 기간에는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독일에 도착했을 때 모습. "무직, 무비자 상태였고 3달치 생활비를 현금으로 바꿔 복대에 차고 다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오수호씨 제공

4. 면접에서는 뭘 물어보나? 
오씨의 첫 직장은 결제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 '인벤토룸'이었다. 인사담당자와 직접 전화로 면접을 잡았다. 별도 전화·화상면접 없이 대면 면접을 봐 합격했다. 개발 실무자와 매니저 등 2명이 나와 실무 능력을 검증했다.

독일에서 면접 과정은 보통 전화·화상면접(1~2시간) 1~2회→실무자·임원 등과 대면 면접(온사이트 인터뷰) 1~3회다. 사내에서 영어를 쓰는 회사는 인터뷰도 영어로 본다. 대부분 경력과 실무 경험에 대해 물어본다. 출신 학교나 나이에 대한 질문은 없다. 대부분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하게 대화하는 분위기다. "우리 회사에 놀러올래"라는 말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회사도 있다.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외국어점수·학점·학교·나이 같은 스펙은 거의 안 물어본다는 겁니다. 대신 실무 경험에 대해 심도있게 질문했습니다. 해당 분야를 지속적으로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지도 확인합니다."

5. 영어와 독일어는 어느 정도로 해야하나? 
독일에는 글로벌 기업이 많다. 최근 일자리가 풍부한 독일에 전 세계 사람이 몰려들면서, 독일에 본사를 둔 회사도 사내 공용어로 영어를 쓰는 곳이 늘고 있다.

오씨가 주로 지원한 스타트업도 대부분 영어로 소통했다. 일부 회사나 대학을 제외하면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 번에 잘 못 알아듣더라도 두세 번 정도 다시 들으면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됩니다."

직장에서 영어를 쓴다면 초반에는 독일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관공서에서 행정 업무를 볼 때는 독일어가 필수다. 유창하지 않다면 독일 현지인이나 유학생 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오씨는 "직장 동료나 연령대가 30~40대인 독일인은 영어가 유창하다"며 "하지만 독일에 오래 살면서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회사에 지원하려면 독일어를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직업별 연봉이나 근무 여건이 차이가 적다. 직군별로 노조가 있어 임금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여가시간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수호씨 제공

6. 노동 환경은 어떨까? 
독일은 철저히 성과위주다. 대신 조직 문화는 자유로운 편이다. 오전 9~10시쯤 출근해 오후 6~7시쯤 마친다. 독일은 법으로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하루 10시간을 넘길 수 없고, 1.5~2배 가량의 초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도 야근은 거의 하지 않는다.

동료들끼리 서로 나이나 출신 학교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업무 외 사생활은 거의 화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 업무에 크게 관여하지 않지만, 평가는 철저히 개인이 낸 성과 위주다.

독일에서 경력 5~10년된 엔지니어는 5만~7만유로(6110만~8650만원)를 받는다. 한국 평균 개발자보다 1.5~2배 정도 많다.  독일은 기업 규모에 따라 연봉 차이가 크지 않다. 직군별 노조가 있어 직업이 같으면 연봉도 비슷하다.

업무 외 개인 생활은 철저하게 지킬 수 있었다. 야근도 거의 없었다. 퇴근 후 남는 시간에는 운동, 글쓰기 등 다양한 자기계발을 한다. 휴가는 1년 25일 정도다. 각자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여름·겨울 휴가에 몰아서 쓰는 사람이 많다.

오씨는 "한국과 달리 나이를 크게 따지지 않는 문화라 새로운 기술을 계속 공부해서 따라갈 수 있다면 60세가 넘어서까지도 실무 개발자로 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7. VIP 취업 비자 ‘블루카드’ 
오씨는 전문 인력에게 주는 '블루카드' 비자를 받았다. 취업이 결정되면 서류를 준비해 직접 독일 정부에 신청할 수 있다. 블루카드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이 해외에서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만든 제도다. 부족한 직군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일하면 받을 수 있다. 블루카드가 있으면 배우자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일반 취업비자의 유효기간은 1~3년이지만 블루카드는 4년이다. 33개월 동안 현지에서 일한 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도 있다. 독일어 능력 검증 B1을 갖고 있다면 21개월 후 가능하다. 영주권 취득 후 퇴사하면 직전연도 연봉의 약 67%의 실업급여를 1년간 지급받는다.

블루카드를 신청하려면 몇 가지 기준이 있다.

① 4년제 학사 학위를 갖고 독일에서 일하고 있어야 한다. 블루카드를 신청할 때 학교 졸업 증명서, 근로계약서를 내야 한다.  
② 나이 제한은 없지만 연봉을 4만7600유로(2016년 기준) 이상 받아야 한다. 오씨와 같은 전문 직종(수학, 정보통신, 자연과학, 기술)은 3만7128유로(2016년 기준) 이상부터 가능하다.

독일 베를린은 월세와 세금을 제외한 생활 물가는 오히려 한국보다 싼 편이다. 오른쪽은 현재 오수호씨가 다니는 직장 블랙래인 앞이다. /오수호씨 제공

8. 이직 
첫 직장에서 6개월 일하고 오씨는 올해 6월 현재 직장으로 이직했다. 조금 더 규모가 크고 개발 업무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2개월 가량 걸린 이직 절차도 입사지원→전화면접→대면면접으로 취업 과정과 비슷했다.

회사는 면접에서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알고리즘 등 실무지식과 실무·소통 능력 등을 주로 검증했다.

8. 독일 물가 & 장단점 
한국 개발자에 비해 연봉은 많이 받지만, 세금(소득 수준에 따라 30~50%)과 월세가 높다. 혼자 지내는 원룸형 숙소나 주택 내 방 한칸만 얻는 경우  400~600유로(약 50~70만원), 두 사람 이상이 지낼 수 있는 독립 공간은 1000유로(약 130만원) 이상이다.

대신 생활 물가는 저렴하다. 과일·채소·고기 등 식재료는 한국의 70~80% 수준이다. 외식비는 평균 일인당 25유로(약 4만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다. 오씨는 "월세가 세긴 해도 집에서 밥을 자주 해먹으면 한국보다 오히려 돈이 덜 든다"면서도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오면 실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독일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체류증, 계좌 개설 등 행정 업무다. 독일어가 유창하지 않아 힘들기도 하지만, 한국에 비해 일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 행정적·법적 업무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할 수 없고 편지를 보내야 한다. 한국과 다른 문화라 적응하기 전까지는 불편하다.

오씨는 "독일 사회와 한국을 비교하면 장단점은 뚜렷하다"면서도 "야근이 없고 사회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것 외에도 인간답게 사는 삶을 고민하는 문화라 독일 취업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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