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 홍콩과 중국의 갈등이 옮겨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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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 홍콩과 중국의 갈등이 옮겨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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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5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담벼락에 중국인 여성 서너명이 모여 에이포(A4) 크기의 종이 여러 장을 붙이고 있었다. 종이엔 중국어로 ‘홍콩은 중국 땅’, ‘경찰 파이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의 홍콩 시위대 진압을 응원하는 말들이었다. 이들이 인쇄물을 붙이기 전 담벼락에는 서툰 한글로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광복홍콩, 시대학명(시대혁명)’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학명’(시대혁명의 오기)이라고 적힌 글자 옆에 친중세력이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든 어떤 사람들이 분열을 기도하더라도 몸이 가루가 돼 죽는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만든 게시물이 붙어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밝힌 여성은 이런 종이를 붙이는 이유에 대해 “한국인들이 홍콩인 말만 듣고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홍콩의 자유를 응원하는 메모로 꾸며진 ‘레논벽’(lennon wall)이 설치돼 있던 자리였지만, 이날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홍콩을 응원하는 메모들은 모두 뜯겨나가 있었다. 대신 친중세력이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든 어떤 사람들이 분열을 기도하더라도 몸이 가루가 돼 죽는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만든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22주차로 접어들고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한국에서도 홍콩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 재한 홍콩인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를 막으려는 재한 중국인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면서 서울 곳곳에 홍콩과 중국의 갈등이 옮겨붙고 있다. 홍콩의 자유를 염원하며 설치한 조형물이 훼손되거나, 관련 집회 현장에서 홍콩인과 중국인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대 앞 레논벽이다. 레논벽은 체코가 공산국가였던 시절 체코 시민들이 평화와 자유를 염원하며 만들었던 ‘존레논벽’을 본뜬 것으로, ‘홍콩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메모들이 전세계 곳곳의 벽에 장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한 홍콩인들과 한국 활동가를 중심으로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일대에 설치됐다. 그러나 <한겨레>가 5일 찾은 용산구 일대의 레논벽에도 홍콩에 연대를 표한 종이들이 모두 떼어지고 없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걷고싶은거리에 영어와 한자로 ‘홍콩에 자유를, 홍콩인 힘내라’라는 문구가 써 있다.

홍콩 연대집회가 일부 중국인들의 방해를 받은 일도 있다. 지난 2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홍콩 민주화 지지 모임’ 주최로 열린 ‘홍콩 시민을 위한 연대집회’에서는, 중국인 20~30명이 휴대전화 화면에 오성홍기를 띄운 채 시위대를 에워싸고 언성을 높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법으로 보장된 집회·시위를 방해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 뒤에야 갈등은 잦아들었다. 당시 집회에 참여한 이상현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활동가는 “중국인 대 홍콩인의 갈등으로 단순화시키긴 어렵고 우리를 응원하는 중국인도 있지만, 조직적으로 항의하는 이들(중국인)이 많아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엔 연세대 학생들이 교내에 내건 홍콩시위 지지 현수막이 잇따라 ‘의문의 철거’를 당하기도 했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저녁 신촌캠퍼스에 ‘Liberat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Free Hong Kong, revolution of our times’(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문구를 적은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다음날인 25일 모두 철거된 것이다. 학생들은 지난 4일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다시 교내에 내걸었지만 이 또한 하루도 채 안돼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국에서조차 반송중 시위를 응원하는 활동이 방해받고 있지만 홍콩인들의 의지는 굳건하다. 주말마다 ‘홍콩 시민을 위한 연대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재한 홍콩인 ㄱ씨는 “우린 레논 벽을 계속 만들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한 홍콩인 요란씨도 “홍콩에 대한 왜곡된 내용이 퍼지지 않도록 에스앤에스(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콩의 현실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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