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김희진·이재영, V리그 주도... 지극히 바람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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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김희진·이재영, V리그 주도... 지극히 바람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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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V리그 초반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수보다 팀 기여도가 높은 부분이 인상적이다. 비록 초반이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사실 비시즌 기간 동안 대표팀에서 주로 활약해 온 선수들은 V리그 초반에는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오거나 부진한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올해처럼 중요한 국제대회를 연달아 치른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더욱 컸다. 체력 저하 우려와 팀 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그런 관행도 여지없이 깨졌다. 대표팀에서 장기간 활약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체력과 경기력이 더 좋고, 표정도 매우 밝다.

가장 많은 국제대회를 뛴 김희진은 한술 더 떴다. 그는 20일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비시즌 동안 대표팀에서 30경기를 넘게 뛰었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코트에서 경기 뛰는 게 더 신난다.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난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 '초반 부진' 관행 깨지나

지난 19일 막을 올린 2019-2020시즌 V리그 여자배구 개막전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대표팀 주전 레프트인 이재영이 팀 승리를 주도했다.

이재영은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인 33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도 58.5%에 달했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는 14득점(공격성공률 32.5%)을 기록했다. 루시아는 팀에 합류한 기간이 짧아 손발을 더 맞춰야 제 기량이 나올 수 있다. 그 틈새를 이재영이 충분히 메워준 것이다. 이재영도 올해 대표팀에서 지난 시즌보다 기량이 더욱 발전했다. 2019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리베로 김해란의 수비력도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한국도로공사도 비록 패하긴 했지만, 대표팀 선수인 박정아가 18득점으로 외국인 선수 테일러(15득점)보다 앞섰다.

20일 열린 IBK기업은행-KGC인삼공사 경기에서도 대표팀 주전 라이트인 김희진이 단연 돋보였다. 라이트 공격수다운 라이트로 확실하게 거듭났다.

김희진은 이날 경기에서 후위공격 6득점, 블로킹 3득점, 서브에이스 4득점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V리그에서 트리플 크라운은 사실상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처럼 인식돼 왔다. 그만큼 국내 선수에게는 어려운 기록이다. 김희진의 이날 트리플 크라운도 국내 선수로는 3년 만의 기록이다. 대표팀 라이트 공격수가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최고 외국인 '디우프'... 인삼공사의 딜레마와 가능성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는 20일 5세트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국내 선수의 공격 결정력이 우세한 IBK기업은행이 중요한 5세트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승리를 챙겼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 23득점, 어나이 23득점, 표승주 13득점을 올렸다. 김희진-어나이 좌우 쌍포가 위력을 발휘한 점이 경기를 내용적으로도 우세하게 끌고 간 핵심 바탕이었다. 김희진은 공격성공률도 47.1%로 어나이(45.4%)보다 높았다.

KGC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디우프(26세·204cm)가 34득점을 올렸다. 지금까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이었고, 공격성공률도 52.3%에 달했다. 초반에 선을 보인 외국인 선수 4명 중 단연 최고의 기량을 입증했다. 디우프는 신장이 204cm에 달하는 초장신 공격수다. 해외 리그보다 낮은 V리그 블로킹 높이도 디우프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디우프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 공격수였다. 현재 보스코비치(22세·193cm·세르비아)와 함께 세계 최고 라이트 공격수로 평가받는 에고누(21세·190cm·이탈리아)가 2016년부터 혜성 같이 등장하면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디우프가 V리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디우프는 1993년생이다. 본인의 마음가짐과 하기에 달려 있다.

KGC인삼공사는 IBK기업은행과 5세트까지 가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과 운영 면에서는 불안 요소도 노출했다. 라이트 디우프와 균형을 맞춰줘야 할 레프트 공격진이 다른 팀들에 비해 약한 인상을 주는 점이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중요한 순간에 '오로지 디우프'가 아닌, 레프트나 센터 공격수도 활용해서 득점을 낼 수 있는 단계로 끌어올리는 게 최대 숙제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외국인 선수만 알레나에서 디우프로 바뀐 모습에 그쳐서는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도 리베로 오지영, 센터 박은진, 세터 염혜선이 올해 대표팀 활약을 통해 기량이 크게 향상됐다.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대어가 될 잠재력을 보유한 장신의 신인 정호영(190cm)도 가세했다. 강팀으로 변모할 요소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걸 잘 만들어내는 것도 구단과 감독의 몫이다.

대표팀 선수들, V리그 주도 '자신감과 책임감'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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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주전급 선수들이 리그 판도를 좌우하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단 초반에만 반짝하고 그쳐서는 안 된다.

외국인 선수 한 명에 의해 팀 성적과 리그 판도가 좌우되는 '몰빵 배구' 시대를 끝내는 것이 V리그 흥행에도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국 스타가 국제대회와 리그에서 잘해야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스포츠 종목의 필수 조건이다.

특히 한국 여자배구는 현재 세계랭킹 9위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 9월 열린 '2019 월드컵 대회'에서도 6위를 기록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 김연경의 존재감을 인정한다고 해도 국내 대표팀 선수들도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V리그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대표팀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몰빵 배구의 '종속 변수'로 전락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던 풍토도 비정상이다.

그런 '구석기 시대 배구'를 마감시키는 게 현재 V리그 여자배구 프로구단과 감독들이 할 일이다. 지금의 여자배구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지름길이고, 그 최대 수혜자도 결국 프로구단들이다.

팀간 전력 불균형 해소와 볼거리 제공을 명목으로 외국인 선수 보유 수와 아시아 쿼터제 도입 같은 외국인 선수를 늘리는 방향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런 쪽에 방점이 찍힐 경우 장기적으로 V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고 프로구단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아시아 쿼터제 도입으로 V리그에서 다른 아시아 선수의 기량이 늘어나고, 국내 선수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다면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경쟁력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자칫 아시아에서도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일각에선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말하지만, 이는 V리그 6개월 동안 주구장창 주전만 기용하는 선수 운영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 프로배구 선수는 1년 정도만 벤치에서 머물러도 기량이 급속히 퇴보할 수밖에 없다. 2군 리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과정을 거쳐 매년 아까운 선수들이 소리 없이 팀에서 사라지고 있다.

모든 팀이 똑같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 전력 불균형이 해소될 거라는 발상 또한 환상에 불과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1위와 꼴찌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전 선수의 부상 이탈, 감독의 역량, 프로구단의 투자와 지원 수준 차이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연패에 빠지는 팀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전력 불균형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외국인 선수 말고도 널려 있다.

'외국인 선수 집착증' 벗어날 때 됐다

외국인 선수 부분에 집착할 시간에 대표팀의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신인 스타를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에 주력하는 게 궁극적으로 프로구단들에게 훨씬 득이 된다. 배구팬들은 몰빵 배구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데, 프로구단들이 거기에만 매몰되는 모습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특히 올 시즌은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기자에게 "올해는 꼴찌 팀을 예측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촌평을 했다. 6개 구단 모두 전력 상승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전급 선수의 부상 발생과 급격한 체력 저하가 리그 판도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국제대회 일정을 소화한 대표팀 선수들이 현재 체력과 경기력이 좋고, 표정이 밝은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앞으로 관리가 중요하다. 내년 1월 가장 중요한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지휘한 라바리니 감독도 이탈리아 리그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부스토 아르시치오(Busto Arsizio) 팀은 20일 자정에 열린 2019-2020시즌 이탈리아 정규리그 키에라(Chieri) 팀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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