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사랑할 수 있나요?"... 이 배우의 명쾌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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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사랑할 수 있나요?"... 이 배우의 명쾌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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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엔 공연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등장해 "내가 진짜야"라고 말한다. 그동안 함께한 이는 자신의 DNA로 만든 복제인간이란다. 이보다 더한 청천벽력이 있을까. 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뒤 1년간 곁을 지켜준 그녀, 그걸 사랑이라고 믿고 지낸 제이. 그가 사랑한 이는 과연 누굴까. 함께 나눈 수많은 추억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은기는 이토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은기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제이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최연우를 지난달 26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나, 제이와 그녀(복제인간 처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연우는 <사의 찬미> 윤심덕과 <이토록 보통의> 제이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유독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두 작품에 임하는 최연우.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그의 고심이 빚어낸 다양한 관점 덕분이다.
 
"장르가 달라도 두 작품에서 쏟아내는 감정은 비등비등한 거 같아요. 매일 이렇게 공연하다 보니, 잘 챙겨먹어도 수척해지네요(웃음). <이토록 보통의> 원작을 먼저 봤는데, 풀어낸 사랑 이야기의 깊이가 느껴져 놀랐어요. <이토록 보통의> 초본이 나왔을 때 웹툰을 무대화 시키는 언어가 잘 표현됐다는 생각을 받았고 작가에게 '꼭 같이 하자'라고 했는데, 이렇게 이루게 됐어요. 원작은 사랑에 충실하다면, 뮤지컬은 거기에 '존재에 관한 고민'이 더해졌어요. 프레스콜에서 캐롯 작가가 뮤지컬을 본 소감에 대해 '사랑한다는 말을 편지로만 받다가 목소리로 들은 거 같다'고 답했는데,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싶었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로봇 정비공 은기와 우주 비행을 꿈꾸는 제이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우주로 떠나 지구와 똑같은 행성을 찾겠다는 제이와, 그런 제이를 너무 사랑해 웃으면서 보내줄 수 없는, 은기의 이야기다.
 
"준비하면서 수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관객들이 어려워하니 쉽게 가야하지 않을까?'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전 아니었어요. 당연히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우주, 로봇 등이 일상에서 흔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디를 향하는지만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돼요.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닌데 쉽게 담아내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본연의 아름다움이나 감정을 느낌이 희석될까 걱정됐어요. 처음에는 제이와 처음이의 의상도 달랐어요.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많은 생각들을 나눴는데, 합의점은 '우리는 같은 사람이면서 다른 존재'라는 것이었죠. 관객들이 헷갈려하지 않을까, 또 고민했지만, 하나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1인 2역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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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우는 두 인물로 무대에 오른다. 제이라는 '인간'과 처음이라는 '로봇'이다. 우주로 떠나는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DNA로 복제인간을 만든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도, 관객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소재와 내용이다. 두 인물로 오르지만, 확연히 다른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무대 뒤에서 또 다른 최연우가 뛰어 올라올 것 만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1인 2역이지만, 결국 같은 사람이에요. 같은 사람을 연기하는 건데, 현재와 과거도 아니고 동시대에 사는, '같지만 다른' 인물이잖아요. '잃어버린 사랑'과 '잃어버리지 않은' 사랑. 제 상태만 다른 거예요. 깨달은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이죠. 제이가 우주에서 돌아왔을 때 마음을 다 정리한 거 같지만,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은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계속 노력했을 거예요."
 
동시대를 사는, 같은 기억을 공유한 두 인물. 분명 표현하기 쉽지 않을 터. 최연우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후로 이렇게 우주까지 넘어가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한 작품은 처음"이라고 웃어 보였다.
 
"은기와 제이는 서로 사랑하지만, 바라보는 곳이 달랐기 때문에 그만큼 외로웠을 거예요. 은기 대사 중에 '네 인생에서 내가 사라져도 달라지는 게 없을 거 같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살아있던 은기가 나(제이)와 살면서 느꼈을 감정인데, 제이는 뒤늦게 안 거죠. 가장 힘든 순간이었을 거예요. 제이가 은기를 복제한 건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함께 살았던 건데, 내가 함께 했을 때 이토록 외로웠을 줄은 몰랐던 거죠.

온전히 은기를 사랑해 준 처음이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면서 제이는 비참함을 느꼈을 거고요. 은기를 위한 것이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거죠. 제이가 항공사에 합격했을 때 은기가 '너 붙었어! 멋져'라고 말하는데, 그때는 그냥 흘러들었을 말들일 거예요. 하지만 뒤늦게 안 거죠. 내 기쁨에 그 사람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것으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시간을 보냈고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는 거예요."
 
최연우가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쏟아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후 존재하는 은기는 인간이 아닌 그의 복제인간이었다. 작품을 다시 한 번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반전'이다. 제이는 자신이 아닌, 처음에게 발길을 돌린 은기의 기억을 포맷시킨다. 처음은 기억을 잃은 은기에게 '다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와의 추억을 다시 만들어간다.
 
"처음과 다시가 서로의 존재로, 자리 잡게 된 거죠. 처음이와 다시가 제이의 수단이나 도구로 남아있지 않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거 같아요. 또 다른 존재가 된 거죠. 진짜와 가짜에서 파생돼, 그들을 가짜로 치부하지 않게 말예요. 반면, 행여나 제이가 너무 나빠 보이지 않을까 염려도 많이 됐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분명 제이를 이해하는 순간이 있다고 믿었어요. 작품이 끝나더라도 말예요. 그래서 미움 받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뿐만 아니라, 제이는 처음에게 우주로 갈 기회를 주기도 한다. 기회일수도 있지만, 자신이 아닌, 처음에게 발길을 돌린 은기에게 처음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험' 아니었을까.
 
"'그녀 역시 나와 똑같은 사람이야, 나와 같은 꿈을 꿔. 난 우주로 향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그녀는?'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궁금했을 거고요. 하지만 그녀, 처음의 답은 정해져 있어요. 분명 우주를 꿈꿨을 거예요. 제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존재니까요. 그전까지 처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요. 복제된 시간 속에서, 은기를 위한 삶을 살았으니까요. 우주로 향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 순간 처음 역시 별개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시발점이에요. 제이를 더 잘 알고 이해하는 처음은 그 제안을 거절하죠. 제이가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아니까요."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부분에도 재밌는 해석이 더해졌다. 최연우는 "이 공연은 볼 때마다 '이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더라"며 "제이, 처음의 감정, 또 은기 상황에 맞춰 볼 때마다 상황 대사가 다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기에게 우주로 가겠다고 말했을 때는 꿈이었지만, 사고 당하고 향하는 우주는 은기 때문이에요. 지구와 똑같은 행성에 사는 또 다른 은기를 만나기 위해서요. 제이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 거죠. 은기의 사고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곁에 있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진실을 얘기하진 못해요. 은기에게 '넌 로봇이야'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우주에서 잘 살고 있는 은기를 보면 로봇이든 인간이던 은기를 위해 살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감정을 전할 수 없던 거죠. 은기가 자신의 결정(복제인간을 두고 우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제이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이 아닌 처음과 함께 하면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거예요. 자신의 노력으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거죠."

평범함의 어려움

제이와 처음이 같은 사람이지만 다르게 느껴지듯, 최연우 한 사람에게도 역시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과 처연한 분위기가 오버랩된다. 그런 느낌이 무대에도 고스란 전해지는 듯 하다. 

"제 안의 외로움, 고독함이 너무 좋아요. 밉지 않아요.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하고요. 그런 감정이 표출되나 봐요. 연기할 때라도, 배우 본인의 모습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껍질(캐릭터)을 입을 때, 캐릭터 안에 제가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인물에 본인의 모습이 담기느냐, 아니냐에 관한 고민은 항상 해요.

졸업하고 연기를 시작했을 때 제가 드러날 수 있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언제부턴가 다른 성격, 다른 분위기 인물을 만나면서 저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저를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을 만나면 오히려 설레더라고요. 관객들의 반응이 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의 솔직한 모습이 무대에 오르면 어떻게 받아들여줄지 말이에요. <사의찬미> 심덕, <미드나잇> 우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도 제가 드러났죠. <이토록 보통의> 역시 제가 드러나요. 제이라는 인물을 어느 정도 입고 있지만요."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겪으면 특별한 일일지라도, 막상 들여다보면 지극히 평범한 일들이 많다. <이토록 보통의>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한 사랑 이야기지만, 펼쳐보면 '보통'스럽다. 많은 이가 공감하는 이유다. 최연우에게 보통이란 어떤 감정일까.
 
"모두가 평균적으로 같이 느끼는 감정이요. 고통, 행복 등의 감정부터,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상태요. <이토록 보통의>는 곱씹을수록 정말 '보통의 사랑' 이야기예요. 원작도 주어진 상황은 특별하지만, 너무나 평범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인 거예요. 그들이 변해가는 감정도, 상황도 극대화 됐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범위니까요."
 
제이와 은기, 그리고 처음이와 다시. 이 인물들은 각자의 존재로 빛난다. 가짜, 진짜, 인간, 로봇 등의 수식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말이다.
 
"은기와 제이의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진짜, 가짜 상관없이, 나를 좀 더 필요로 하는 존재에 마음이 간 거죠. 그들이 기억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 진정한 치유가 됐으면 좋겠어요. 세 사람이 하는 고민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겠지만, 그들이 느끼는 혼돈과 갈등은 아마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요."
 
만약 최연우의 DNA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있다면, 최연우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을까. 극장이 아닌,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등 자유를 만끽할 것이라는 답을 기대했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배우 최연우다웠다.

"그 친구가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고 싶어요. 물론 욕심이겠지만요. 제가 무대에 오른 모습을 평소에는 볼 수 없으니, 제가 어떤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노트를 들고 관람하지 않을까요?(웃음)."
 
<이토록 보통의>는 11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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