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막 출소한 가수지망생... 그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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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막 출소한 가수지망생... 그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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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와일드 로즈>의 주인공인 '로즈(제시 버클리)'의 캐릭터를 집약시킨 한 마디다. 마약사범들에게 몰래 마약을 전해주다가 감옥에 들어가고, 출소하자마자 남자친구와 야외 섹스를 즐기며, 기차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화통하게 맥주를 즐기고, 본인의 사랑이자 꿈인 컨트리 음악만을 보고 돌진하는 사람에게 퍽 어울리는 묘사다. 하지만 무법자가 무법자의 정체성을 가지려면, 필연적으로 그를 가로막는 수많은 규칙들과 담벼락들이 있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이 없으면 무법자도 없을 테니. <와일드 로즈>는 무법자 로즈를 가로막는 담벼락들에 관한 이야기다.

로즈는 막 감옥에서 출소한 가수 지망생이다. 사회로 돌아온 그녀는 컨트리 음악을 하며 인생을 펼치고 싶어 하고, 자수성가한 후원자 '수잔나(소피 오코네도)'의 따뜻한 도움 덕분에 그 꿈을 실현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로즈의 생각보다 높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수잔나처럼 착한 것은 아니다. 수잔나의 남편은 로즈가 출소자이고 빈민가 출신이라며 다시는 집적거리지 말라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한다. 비록 감옥은 나왔지만 현실에서 그녀를 억압하는 것들은 전자발찌 말고도 차고 넘치는 것이다.

로즈에게는 철없는 10대 시절에 낳은 두 아이가 있다. 본인이 염원하던 꿈을 이룰 기회가 생긴 상황에서 로즈는 아이보다 자신의 경력과 미래를 중시한다. 그녀는 아이들과 놀러 가기로 하거나 외식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아이들을 대신 맡아주었던 로즈의 어머니, '마리온(줄리 월터스)'은 이를 못마땅해하며 대립한다. 로즈 스스로도 무엇이 옳은 길인지 고뇌하며 괴로움에 눈물을 흘리고, 마침내 자신의 꿈을 꺾는다. 이처럼 작중 로즈는 빈부격차와 출산 및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는 극히 현실적인 두 개의 벽에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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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벽에 좌절한 로즈의 모습을 영화는 스크린 안에 직관적으로 제시해준다. 화려한 파티와 좌절한 로즈, 그리고 그 둘을 가로지르는 담장을 카메라는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한 화면에 담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로즈와 마리온이 언쟁하는 순간을 카메라는 십자 창틀을 통해 포착한다. 마치 변화한 여성들의 인식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간의 깊은 갈등을 한 쇼트로 보여주려는 듯이. 이처럼 세심한 카메라의 구도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로즈의 처지와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다.

영리한 카메라 구도와 연출에 더해서, <와일드 로즈>는 로즈의 개성을 강하게 부각해 이야기의 극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영화 초반부에는 욕설이 난무하며 거침없는 로즈가 주로 등장한다. 무법자이자 현실을 모르는 듯한 말괄량이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이러한 연출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이 얕고 편리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반복된다.

그러나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면 처음의 불편함은 이내 사라진다. 이후에 등장하는 엄마로서의 책임감, 부담감, 죄책감, 경력이 단절되었을 때의 좌절감 등 현실에 마모되는 로즈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조는 무엇을 노래하고자 하는 지를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발견하는 로즈의 성장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빠르게 캐릭터의 감정을 끌어올리고 특징을 명확히 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효과인데,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적절한 선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단단히 중심을 잡고 극적인 인물을 완벽하게 살려낸 제시 버클리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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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로즈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분량을 희생한 것은 아쉬운 결말의 전개 때문에 유독 커 보인다. 또한 무법자라는 인물의 특징을 다른 등장인물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역시 세련된 방식은 아니다. 관객들은 그녀의 행적을 통해서 그녀에게 야생적인 에너지가 넘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와일드 로즈>에게는 뒷심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결말의 전개가 기대 이하다. 영화가 로즈의 삶을 따라가며 시의성도 적절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주제를 잘 포착했기에 더욱 아쉽다. 후반부에 로즈는 한 차례의 좌절을 딛고 일어나 컨트리 음악에 재도전한다. 가족과 집의 소중함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가수라는 꿈을 이루는 발판으로 삼는다. 이러한 전개는 로즈와 동병상련의 경험이 있었던 마리온의 과거사가 드러나며 영화의 메시지를 풍부하게 만들기에 만족스럽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와일드 로즈>는 엔딩으로 급하게 넘어간다. 로즈가 이미 한 차례 경험했던 현실의 장벽을 어떻게 넘거나 무너뜨리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수잔나와의 관계를 다시 만들고, 아이들의 육아와 그녀의 꿈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잡기로 했는지를 짧게나마 보여줬다면 그녀의 성장과 성공이 더 현실적이었을 텐데 그러지 않는다. 생략된 중간과정으로 인해 사랑이 흘러넘치는 엔딩은 영화의 앞선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지나치게 영화적으로 보인다. 시의적절한 주제, 인상적인 캐릭터와 좋은 스토리가 모두 빛이 바랜 마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스코틀랜드 억양과 컨트리 음악이라는, 국내에서 접하기 다소 낯설고 어색한 조합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로즈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를 음미하는 맛도 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즈의 노래만큼은 앞선 전개의 아쉬움을 다 떠나서 아름답다. 야생적인 에너지가 있던 한 장미가 어떻게 그녀의 앞길에 놓인 수많은 벽들을 넘어섰는지, 그 장미 덩굴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결말까지의 과정만 세심했다면 더욱 좋았을 영화, <와일드 로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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