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하세요" 성범죄와의 전쟁 예고한 서지현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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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하세요" 성범죄와의 전쟁 예고한 서지현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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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입장에서) 제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을 때 함께 분노해주신 분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건 일부 피해자, 일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분노해주십시오, 함께 분노해주십시오. 함께 분노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함께 분노해야 바꿀 수 있습니다."

일종의 '분노의 사회학'이자 '분노의 긍정성'이라고 할까. 한국 '미투' 운동의 출발점이었던 '검사 서지현'은 그렇게 분노를 강조하고 또 동참을 호소하고 있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 긴급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지난 20일 '박사' 조주빈이 구속된 직후부터,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은 이 사건을 "국가위기상황"으로 규정하며 눈에 띄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일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 중인 서 자문관의 유의미한, 절절한 메시지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 지에 대한 방향타가 되어주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알린 이들에게는 격려를, 가해자들에겐 분노를 표하는 방식으로.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가해자는 미래 창창하다 불쌍하다 감싸고 피해자를 욕하고 손가락질 할 것인가? (...) 코로나19에 위기대처 능력 보여주고, 전 세계 칭찬을 듣는 나라가,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수와 유사한 아동 성착취 범죄자 26만 명에는 과연 어찌 대처할 것인가?(...) n번방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 제대로 된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지금이 정말 '국가위기상황'이다."

그리고 26일, 서 자문관이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 이날 법무부는 15명 규모로 꾸려지는 디지털 성착취 사건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서 자문관이 대외협력팀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오전 연이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서 자문관은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짚는 동시에 가해자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분노의 사회학, 성범죄와의 전쟁

"(소라넷이나 일베, 다크웹 등에서 이미 동일 또 유사한 범죄들의 경우) 무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범죄자들 이름은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어려운 정도입니다. 도대체 누가 제대로 처벌받았습니까? 미투, 버닝썬, 장자연 사건, 양진호, 화장실 몰카 사건 등에서 여성들이 이대로 못 살겠다고 외칠 때 여성의 수치심 신경 쓰면 남성들 표 떨어진다고 외면했던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스마트폰 앱, 가상 화폐 등 기술이 발전하고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스마트폰을 가지게 됐죠. 사진, 동영상 촬영, 업로드, 공유, 단체 대화가 너무나 손쉬워졌습니다. 이제까지 성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죄의식 없는 자들이 바뀐 플랫폼에서 정말 대규모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해낸 것이거든요. 저는 정말 당연히 예견된 그런 범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 자문관이 설명한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의 발생 배경이다. 이러한 배경을 곱씹다보면, 서 자문관이 왜 분노에 동참을 요청하는지, 또 왜 수많은 여성들이 성범죄자들과 그 범죄자들을 키운 우리 사회에 분노하는지를 공감할 수밖에 없으리라. 서 자문관은 그럼에도 다시금 이 분노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었다.

"사실은 우리가 그렇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특히 낮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분노하지 않았거든요,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잘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알았다고 하더라도 참 이상하리만큼 분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고 그리고 강력한 처벌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은 국민들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분노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더 많이 함께 분노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분노해 주십시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어쩌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분노한 이들이 500만이 넘었다.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사건' 관련 청와대 청원에 동의한 국민들 말이다. 그 중 16만 명이 넘는 인원이 26일까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특별조사팀을 서지현 검사를 필두로 한 80% 이상 여성 조사팀으로 만들어 주십시오"란 청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간 남성 중심의 수사기관은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에 뿌리 깊게 자리한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더 단호했으리라. 방송 내내 서 자문관이 발화하는 언어는 표현의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세게 다가왔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화법 속에, '검사'로서의 정체성을 한껏 드러내며 집단으로 불법 성착취 영상물 공유한 범죄자들을 끝까지 일망타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법리적 관점에서의 '경고' 또한 명쾌했다. 서 자문관은 무엇보다 이들 가해자와 가담자들 모두에 대한 유례없는 신상공개를 예고하며 "인생이 끝나는 거"라고 못박았다. "자수하여 광명 찾으라"는 충고(?)와 함께. 그리하여 귀결은, '성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제가 법무부 소속 검사로서 이야기한다면,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요. 정말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지막 한 명까지 빠짐없이 강력히 처벌할 예정으로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서지현 자문관,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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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사건 주범과 공범, 가담자들 모두에게 '범죄 단체 조직죄'를 적용, 법정 최고형까지 구형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서 자문관 역시 그런 기조에 충실하겠다는 듯이 라디오 방송에서 이러한 양형 기준 상향에 대해 역설하고 있었다. 구속된 주범 조주빈이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는 '팁'을 전하며.

"지금 대검에서 엄정 대응 기조로 관련사건 처리 기준을 일선에 이미 시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에서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디지털성범죄 관련 양형 기준을 상향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중에서)

"범죄 단체 조직죄라는 것은 그 목적한 범죄에 정해진 형량으로 같이 처벌받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적극 가담자의 경우 범죄 단체이기 때문에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담 정도에 따라서 차별이 있을 수 있습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에서)

그리고, 범죄자의 서사와 언론방송 보도

그리고 또 하나. 서 자문관이 강조 중인 것이 바로 언론방송 보도의 중요성과 방향성이었다. 서 자문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차, 삼차 "언론이 이 사건을 두고 음란물 혹은 '야동'이란 말을 쓰는데, 야동과 성착취물은 엄연히 다르다"며 "이건 성착취와 인신매매, 성폭력 사건이라는 걸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자우림' 김윤아가 동참한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십시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여주지 마십시오"란 주장을 담은 해시태그 운동이 소셜 미디어 사용자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니까, 조주빈을 비롯한 공범자나 가담자들의 평소 일상이나 이력, 검거 후 그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었다. 수사 과정과 검거, 법적 처벌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효용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게 다 선정성과 클릭 수를 의식하는, 아니 그저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보도하는 관행에 익숙한 적지 않은 언론들 때문이다. 

"왜 중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주는 것일까? 그가 하는 어떤 이야기가 궁금한가? 나는 그가 궁금하지 않고 그가 받을 처벌만 궁금하다. 그의 범죄가 속속들이 밝혀질 것인지가 궁금하다. 그가 솔직하게 범죄를 자백하고 있는지, 범죄로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공범들은 누구인지 말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왜 그가 제멋대로 말하도록 두는 것인가? 그에게 왜 그런 큰 권력을 주나?

생방송으로 전국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기회를 왜 주는 것인가? 자기가 상황을 통제하고 상대를 흔들 수 있는 힘이 있음에 쾌감을 느끼는 인간이다. 왜 그런 쾌감을 다시 느낄 기회를 주나?"

조주빈이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언론 카메라, 즉 온 국민을 향해 "악마" 운운했던  25일,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 페이스북에 적은 글은 가해자들과 더불어 언론방송을 향한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작금의 보도들은 이러한 질문에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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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4일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사건'과 관련해 보도 긴급 지침을 내놨다.

거칠게 요약하면, '보도,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최우선', '구체적인 범행 내용이 담긴 제목 금지', '가해자 책임의 가벼운 인식 배제',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 주는 표현 배제', '성범죄가 비정상적 특정인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란 인식',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 알리기',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이었다. 

이렇게 서 자문관과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분노에 동참 중인 여성들이, 더 많은 국민들이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사건'은 물론 성폭력 관련 보도를 '분노에 찬 시선'으로 집중하고 있다. 누가 보도 지침을 어기며 수준 미달의 보도를 이어가는지, 또 누가 보도를 통해 2차 가해를 저지르는지를 말이다. 그렇게 분노의 사회학이 분노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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