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이 아니다, '자본 오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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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이 아니다, '자본 오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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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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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욕망을 위탁받아 편의를 생산하던 기업이 도리어 인간을 위협한다. 그리고 인간을 위협하는 기업의 민낯을 까내리자 자본이 그 인간을 주저앉힌다.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낸 '울트론'이 다시 지구에 쳐들어올지 모르는 우주의 온갖 위협을 막기 위해서였듯, '기업' 역시 생존의 공포에 질린 인간이 안정된 삶을 위해 영원히 이익을 탐구해줄 수단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어떤 위협에도 대처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강화하고 상대를 파괴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 울트론이 결국 그 힘을 도로 인간에게 투사하게 됐듯이, 기업 또한 어떤 재난과 변동성에도 버티기 위해 닥치는대로 이익을 추구한 결과 인간의 삶을 도로 파괴하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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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워터스>(2020)는 단순히 환경 오염과 그에 따른 재난을 소개하는 영화가 아니라 본질을 잊어버린 자본이 어떻게 폭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가치 생산은 쉬워지고, 그에 따라 많은 자본이 축적된다. 여기서 다시 자본이 기업에 대한 투자로서 연구소와 생산 시설에 재투자되면 기업의 가치 생산 능력은 향상되고 더 나은 제품과 편의가 소비자를 찾아간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더 훌륭한 편의를 누리면서 기업에게 다시 자본을 안겨준다. 이처럼 기업에 자본이 적절히 이용됐을 때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발생하고 사회 전체가 발전, 개인의 삶 또한 향상된다.

그런데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인프라와 같은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같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어떨까?
 
어떤 활어회 전문점이 있다. 이 횟집이 늘 신선한 생선을 팔다가 기생충 유행 때문에 매출이 급감했다. 신선한 회를 떠야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생선의 품질은 떨어지고 영락없이 버리게 됐다. 그렇다고 그 생선을 다 버릴 것인가? 이 횟집은 고심 끝에 오래된 생선을 해물탕으로 끓여 팔기로 했다. 잘 익힌 해물탕은 거부감이 덜했으로 매출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여기 사장이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래된 고기를 팔아도 손님들이 잘 먹는게 아닌가! 사장은 아예 업종을 바꾸고 값싸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고기를 납품받아 해물탕으로 팔았다. 매출은 같았으나 원재료값이 떨어져 이익은 더 많이 남았다.

이 이야기는 기업의 자본이 이익만을 따라가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손님들은 결과적으로 질 나쁜 고기를 먹게 됐지만 이익은 더 크기 때문에 앞으로 사장은 유사한 패턴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런데 동네 횟집이 아니라 거대한 글로벌 기업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전개 과정은 조금 다르지만 영화가 소개하는 듀폰 사의 PFOA 테플론 후라이팬도 그런 방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본래 PFOA는 군과 우주개발에 쓰이는 방수 코팅용 화학 물질이었다. 그런데 이를 상업용으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그 결과 음식을 조리해도 눌러붙지 않는 코팅 후라이팬이 개발되었다. 요리에 불편함을 느끼던 주부들에게 꽤나 혁신적이었던 이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PFOA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단점이 있었으며 듀폰 역시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이 사업을 접을 것인가? 그들은 벌어들인 자본을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알아내려는 사람들을 탄압하는데 쓰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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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롭 빌런(마크 러팔로)은 듀폰의 은폐 사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들의 공작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는다. 자료를 요청하자 방 한 가득 쌓일 만큼 엄청난 서류를 보내거나 그가 소속된 로펌을 압박해 그에게 징계 아닌 징계를 내리게 만든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롭의 의혹을 받아들이고 그 입증을 위한 검사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검사하게 만들어 몇 년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게 만든다.

기업이 한 인간의 편의를 위해 헌신할 때는 그 협업 능력이나 자본이 큰 힘이 되지만, 도리어 공격하려 들 때는 심각한 위협이 되어 돌아온다. 단지 기업이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재판에 끌고가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질질 끌며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게끔 치킨게임만 해도 개인은 금방 망가지고 만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미 견딜 수 있는 자본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기업이 한번 자본오염의 맛을 알고 이를 악용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개인을 파멸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익을 위해서 제도와 규범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에서 롭은 듀폰의 변호사들과 싸우면서 이들이 환경기준마저 조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0억 분의 1'이었던 검출기준이 '10억 분의 150'으로 무려 150배나 관대하게 책정된 것이다. 이는 "한 번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되지만, 백 번의 거짓말은 진실이 된다"던 나치의 2인자 괴벨스의 말을 넘어 거짓이 아예 진짜가 된 사태에 이른다.

여기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가 자본오염에 대해 그것을 규제하고 감시해야할 대상도 자본의 힘 앞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업이 작정하고 한 개인을 파멸하듯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관리도 별 수 없는 사람이다. 정부의 무력이 보장하는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아닌 이상 이들 역시 거대한 힘 앞에 딱히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설령 기업의 불공정한 요구를 받더라도 후에 감당해야할 과보다 더 큰 열매를 받는다면 기꺼이 비행을 저지를 수 있다.

더구나 의혹이 드러나더라도 어차피 기업이 망할 정도의 처분은 내려지지 않는다. 극중에서도 '듀폰은 PFOA로 연간 1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과징금 1600만 달러를 냈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유명무실한 규제가 오염된 자본을 통제할 능력을 잃었을 때, 기업은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해져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고나면 그 누가 벌을 논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공공 목적으로 운영되는 이들도 자본 앞에서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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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해!"

기업과 자본이 세계의 근간을 받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그들로부터 보호받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는 이윤을 남기지 못하도록 자본을 쥐어줄 우리가 스스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극중 롭 빌런이 보여주었듯, 홀로 버텨내는 것은 어렵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본오염의 마수가 우리 현실 세계를 더럽히려 할 때, 재앙과 같은 비난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안하무인격으로 꼿꼿하던 대기업이 고개를 숙일 때는 언제나 세상의 비난이 쏟아지고 "실제로 매출이 급감할 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소비에 '윤리'를 매기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실제 상품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지라도, 장차 우리가 받아야할 자본의 선순환적 이익을 담보할 수는 있다. 우리의 삶을 보장하는 이들에게는 자본의 힘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굶주림을 쥐어줘야 한다.

그러니 '환경 오염'이 아니다. 모든 것은 '자본 오염'이며, 자본의 길은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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