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위쳐'의 선택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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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위쳐'의 선택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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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비켄의 학살자, 하얀 늑대라는 이명을 얻은 백발의 위쳐인 '게롤트(헨리 카빌)'는 위쳐를 멸시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괴물들을 사냥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어느 날, 닐스가드 제국군은 모종의 이유로 침략전쟁을 일으켜 신트라를 공격하고, 닐스가드의 진격을 막기 위해 '예니퍼(아냐 칼 로트 라)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제국군과 전투를 벌인다. 대륙이 나날이 불안정해지자 게롤트는 그동안의 도피에서 벗어나 과거 인연으로 인해 운명으로 맺어진 아이, 신트라의 공주 '시릴라(프레이아 앨런)'를 찾아 운명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2019년 넷플릭스의 최대 기대작 중 한편인 <위쳐>는 동명의 소설과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즌1은 총 8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HBO의 <왕좌의 게임>과 비견될 만큼 많은 판타지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던 이 드라마는,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원작 게임과의 싱크로율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러 걱정 속에 마침내 공개된 <위쳐>는, 그러나, 거대한 세계관을 안정적으로 열어가면서 또 한 편의 명품 판타지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위쳐>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시리즈는 그 세계관을 어떻게 소개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시청자를 시리즈에 빠져들게 만들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쳐>는 흥미롭고 영리하며 효과적인 선택을 한다. <위쳐>는 직접적으로 세계관의 설정을 설명하지 않고, 중심인물 세 명의 스토리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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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패망한 신트라의 공주 시릴라, 엘프의 피가 섞인 마법사 예니퍼, 최강의 괴물 사냥꾼인 위쳐 '게롤트'. 드라마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 보인다. 다만 각각의 이야기가 맡은 역할은 조금씩 다르다. 시릴라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현재 시점의 이야기이고,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게롤트의 이야기는 <위쳐>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인물들의 관계는 어떻게 얽혀있는지, 얼핏 보면 무관한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횡으로 넓게 보여준다. 반면에 예니퍼의 이야기는 <위쳐>의 세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마법, 그리고 이 세계의 질서인 '혼돈'에 대해서 종으로 깊게 설명해주고 있다.

<위쳐>의 스토리텔링을 더 독특하게 만드는 대목은 과거와 현재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인물들을 매개로 연결시키면서 전개한다는 점이다. 거의 옴니버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드라마 초반부만 해도 의문을 자아내고 불친절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게롤트와 예니퍼의 과거 이야기가 점점 현재로 다가오면서 비로소 초반부 에피소드와 후반부의 에피소드의 인과관계가 뚜렷해질 때, 이러한 전개 방식은 드라마의 주제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만 그 결과 극의 진행 속도나 리듬이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점은 다소 아쉽다.

한편, <위쳐>는 주인공들의 자신의 운명을 대면하는, 판타지의 전형적인 관습을 충실히 이행하는 익숙한 전개의 드라마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위쳐>는 의도적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뒤섞어 그 전개를 비선형적으로 만들고, 현재 상황의 원인과 과거 상황의 결과를 캐릭터 별로 나누어서 익숙함을 제거한다. 대신 익숙함의 자리는 안타까움, 전율, 슬픔과 긴장 등의 감정들이 차지하는데, 이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물들의 이야기에 쌓이고, 주인공들의 감정이 강렬한 이미지로 오롯이 전해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니퍼가 자신의 잠재력을 오롯이 발휘하고 게롤트와 시릴라가 만나는 장면에 이르면 <위쳐>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위쳐>는 장르적으로도 봤을 때도 근래에 보기 드문 하이 판타지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안정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면서 이종족, 마법, 스펙터클 등 판타지 장르로부터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보여준다. 또한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니나 롱테이크 신을 포함해 간결하고 짧은 동작이 유려하게 이어진, 다른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와는 명백히 차별적인 액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스토리 상 액션의 분량이 많지 않았던 것이 가장 아쉬울 정도로, <위쳐>는 장르적으로 기대할 만한 관습과 규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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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이 곧 질서라는 드라마의 핵심적인 주제를 꿰뚫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게롤트를 비롯한 주인공들은 선한 의도가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차악을 선택했지만 끝내 최악의 상황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 거듭 내몰린다. 이는 <위쳐>의 우울하고 비관적인 드라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키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또한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상황과 감정선을 정밀하게 묘사한 부분도 만족스럽다. 게롤트와 예니퍼는 인간들에게 멸시받거나 받았던 존재라는 점에서 그가 사냥하는 괴물들, 이종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게롤트와 예니퍼가 서로에게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게롤트가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위쳐>가 굳이 정치적 올바름을 신경 쓰면서 제작된 이유에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끝내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에 대해서 소설이든 게임이든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짧은 대사들 외에는 드라마 속 종족, 역사, 정치, 사회에 관해 알아챌 수단이 전무해서 작품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드라마를 홍보할 때 <왕좌의 게임>과 엮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또한 적절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의 외관을 쓴 정치 드라마이자 군상극으로, 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의 모습을 직선적인 묘사와 전개로 구현해냈던 작품이다. 반대로 <위쳐>는 <반지의 제왕>처럼 명백한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전통적인 개념의 하이 판타지에 가깝고, 장르의 클리셰도 충분히 활용하는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왕좌의 게임>을 제외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큰 반향을 일으키는 판타지 작품이 없는 상황에서, <위쳐>의 등장이 한 줄기의 빛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영상미나 OST를 봤을 때 넷플릭스의 최대 기대작이라는 문구도 헛된 말은 아니었구나 싶은 것도 사실이다. 진중하고 세련된 판타지가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러나 동시에 2021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절망까지 함께 선사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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